이전 글과 이어집니다.
https://songmin9813.tistory.com/80
머릿속에 어떤 게임을 어떠한 방식으로 구현할 것인지에 대한 생각을 끝내자 개발하는 시간 자체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던 것 같다. 예전에 Unity를 다뤄봤던 것도 있고, 작년 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 활동을 하며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한의 결과물을 내는 '효율'을 배웠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이렇게 나는 '내가 만들고 싶은 게임'에서 벗어나 '출시를 목표로 한 게임'으로 선회하여 순조로운 개발을 하게 된다.
우선 내가 가장 즐겨 사용하는 게임 플랫폼인 'Steam'에 유통하는 것을 목표로 두기로 하였다. 이것은 마치 허허벌판에 컴퓨터 하나를 두고 떨어진 기분. 나는 우선 Steam에 게임을 유통하는 법에 대해서 배우기로 한다. 다행히도 여러 커뮤니티와 블로그에 써놓은 글들을 토대로 여러 가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Steam에 게임을 출시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준비물을 하나씩 소개하면서 어떤 노력을 했는지에 대한 소개를 진행해보고자 한다.
해당 내용을 정리 및 진행하면서 '디시인사이드 인디 게임 개발 갤러리'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미리 감사의 인사를 표한다.
1. 영어. 제일 중요!!!!!
우선 Steam 플랫폼은 게이머가 사용하는 공간이다. 이를 유통하거나 배급하기 위해서 Steam 사이트가 아닌 스팀웍스(Steamworks)라는 사이트가 따로 있는 것을 확인하였다.
기본적인 사이트 자체는 한글을 지원하나, 세부적인 내용이나 재무 정보/각종 서류 검토 및 서명을 하기 위한 페이지는 전부 영어로 서술되어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처음 Steam이라는 곳에 자신의 게임을 등록하기 위해서 대략 2가지의 서류를 작성하여 제출했다. 서류상의 내용을 정확히 기억해내지는 못하지만, 대략적인 내용을 복기하자면 아래의 내용과 비슷했던 것 같다.
1. 당신의 기본 인적사항과 주 사용 은행/은행 주소를 영어로 알려주세요.
2. 회사가 있나요? 아니면 개인 개발인가요?
3. 당신이 미국에서 일해본 적 있는지, 해외 거주자가 맞나요?
4. 당신의 나라가 미국과 조세 협약이 맺어져 있는지 등을 검토하기 위한 서류 및 여권을 제시해주세요.
구글 번역기와 커뮤니티의 도움으로 한국과 미국 사이에는 세금을 감면받을 수 있는 혜택이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게 개인 개발자에 한정하는 건지는 모르겠다만 기존 30% 수수료에서 감면된 10%의 수수료만 떼어간다고 하니 걱정은 하나 덜었다.
2. 해외 결제가 되는 카드 + 보증금 100달러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Steam의 모든 결제는 문화상품권 결제를 통해 진행하는 편인데, 배급 입장에서 해외 결제가 가능한 카드가 필요할 것 같아 은행을 한 번 내방했던 적 있었다. 기존에 사용하지 않았던 Visa 카드를 활성화하고 한도를 최대로 늘린 후 보증금 100달러를 Steam에 지불했다.
보증금에 대해서는 Steam이 예전 인디 게임 육성을 위해 그린라이트라는 페이지를 만들어 운영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게임이라고도 불릴 수 없는 폐기물 수준의 게임들이 양산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러한 사건을 계기로 개발자의 1차적인 필터링을 위해 최초 보증금 100달러를 떼어간다고 한다. 이는 해당 게임의 매출이 1000달러를 넘기는 순간 반환한다고 했는데, 실제로 여기서 많은 사람들의 포기 증언을 들었던 것 같다.
무슨 게임 하나 만드는데 100달러나 내냐?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를 반대로 생각해 보았다. 나는 100달러의 값어치도 하지 못하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 게임 등록을 하려는 것인가? 1000달러까지는 아니더라도 100달러만 벌어도 본전치기 아닌가? 등록을 두려워하지 말고 '이 돈 무조건 받아낸다'라는 마음가짐으로 내는 보증금이니 마음을 다잡고 결제 버튼을 딸깍 눌렀다.
이제 게임 하나를 위한 나만의 페이지가 생성되었다!
3. 사용 은행 및 이름의 영문 명칭
나는 인터넷 세대에 살다 보니 은행을 직접 가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몇몇 항목에 대해서는 반드시 은행을 내방하여 본인 확인을 진행해야 했다. 여기에서 바로 '자신의 영문 이름 등록'이 내방 항목일 줄은 생각도 못했다.
그래서 다시 은행을 들렀다. 은행 업무를 보는 분에게 영문 명칭 생성 이유를 간단히 말하자 영문 이름을 적어보라고 한 뒤, 빠르게 영문 이름을 생성해 주었다. 이제 진짜 은행 갈 일 없겠지...?
4. 여권
모든 서류를 작성하고 난 뒤 나의 계정으로 메일이 하나 날아왔다. 내용은 대략 '서류상으로는 당신이 해외 거주자인지 확인할 수 없다. ID card나 여권을 찍어 해당 메일로 회신해 달라.'라는 내용이었다. 메일 자체는 자동 발신된 것처럼 서류를 작성하자마자 바로 날아왔으며, 이를 찍어보내어 확인하는 데는 영업일 기준으로 2~3일 정도 소요되었던 것 같다.
이때 진짜 운이 좋았던 게, 게임을 만들기로 결심하기 직전 친구와 같이 일본 여행을 가기 위해 여권을 발급했던 것이 신의 한 수였다. 여권의 갱신이나 재발급 없이 갓 만든 뜨뜻-한 여권을 바로 찍어 메일에 담을 수 있었다. 만약 이 상황에서 여권이 없었다면... 상상도 하기 싫다 얼마나 더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했을까?
5. 해치웠나?
이걸 다 채워넣으라 한다. 이게 말이야 방귀야. 기본적인 상점 페이지 꾸미기를 진행하고, 이를 고객에게 정식으로 출시하기 위해서는 3가지의 필수 항목을 달성해야 한다.
1. 상점 페이지와 개발 빌드를 전부 실행 가능한 상태로 만들어놓을 것
2. 게임 출시 예정을 14일 이상 띄워놓아 고객에게 노출시킬 것
3. 보증금을 낸 이후 30일 이상 지난 상태일 것
흐흐. 갈수록 태산인 것 같다. 이 모든 것을 한 번에 할 생각 말고 하루에 체크 리스트 1~2개씩 하면서 개발 조금씩 진행하자 마인드로 출시 준비를 했던 것 같다.
진짜 조금씩. 하나씩. 개미와 같은 마인드로 하루에 조금이라도 하려고 했던 것이 멘탈 관리에 정말 많은 도움을 주었다.
그리고...
그래서 기획을 포함하여 3개월 안에 Steam에 내 이름이 담긴 게임을 출시해 냈다! 하루하루 조금씩 진행하며 얻어낸 값진 결과인 것 같다.
개발자 및 배급사에 적혀있는 Pesky Panthera는 나의 예명이다. 예전에 Childish Gambino라는 래퍼가 '자신의 이름을 Wu Tang Clan 식 이름 생성기'에 넣었더니 Childish Gambino가 나왔다. 그래서 이것을 랩네임으로 정했다.'라는 인터뷰가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나도 나와 관련된 이름/닉네임/그 외 다수 별의별 것을 다 넣어보면서 재밌으면서도 유니크한 닉네임을 찾았었고, 그런 식으로 Pesky Panthera라는 예명이 탄생했다.
그렇다. 아무 의미 없이 만든 거다. 하지만 그리 걱정은 하지 않는다. 의미는 만들어내면 되는 거니까.
살면서 내 이름을 건 게임 3개를 개발해내보고 싶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현재의 내가 존재한다. 23년 상반기 때 게임 개발하며 지냈던 것이다. 비록 개발비로 100달러밖에 내지 않은 저렴한 게임이지만, 40개 정도만 판다면 충분히 흑자 전환이 가능한 게임이었다. 적어도 40명에게는 어필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했고, 이러한 노력에 보답하듯 40 카피는 3일 조금 지나니까 금방 팔리더라. 이렇게 작지만 모든 것이 새로웠던 게임 개발은 일단 막을 내리게 된다.
엄밀히 말해서 게임 배급을 위해서는 게임물관리위원회에 자신의 게임에 대한 연령 인증을 받아야 하지만, 이는 자체 분류 기관인 플레이 스토어 출시 계획을 만들어 이때 진행하는 것으로 잠정적인 보류를 하기로 했다. 아직 게임 전체가 만들어진 것이 아니기도 하고, 하나의 게임을 제대로 만들고 싶은 욕구, 게임의 안정성 등이 확보되는 대로 모바일 버전을 따로 만들어 심의를 받아보기로 하였다.
Press Axe는 꾸준한 업데이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많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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