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게임 개발

그래서 무슨 게임을 만들까? - 4

잠수돌침대 2023. 7. 18.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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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songmin9813.tistory.com/79

 

이번 이야기가 아마 시기상으로 가장 최근에 일어난 일이지 않을까 싶다. 올해 상반기 게임을 제작하면서 있었던 일련의 과정들을 글로나마 정리하는 시간이기에, 어떤 도움과 조언을 받아가며 배포를 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이하 SWM)의 다사다난했던 6개월을 보내고 일상으로 돌아오면서 게임 제작에 대한 욕구가 다시 솟아올랐다. 현재의 지식에 퍼블리싱 지식만 조금 쌓으면 나만의 게임을 금방 배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SWM 활동을 하며 개발을 할 때 가장 우선적으로 두어야 하는 가치 중 한 가지인 '배포'의 중요성에 대해서 알게 된 것도 있었다.

 

실제로 혼자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실행하는 것보다, 불특정 다수에게 별별 소리를 들으며 활발한 피드백을 주고받는 것이 개발 유지보수의 정수라 들었기 때문이다. 무슨 소리를 들을지 모르지만, 우선적으로 상반기 안으로 게임 하나를 배포해 보자는 목표 의식 하나를 가지고 게임 기획에 착수했다.

 

그래서 무슨 게임을?

 

혼자서 빠른 시간 안에 만들 수 있는 게임이 필요했다. 우선 '1인 개발'을 통해 배포된 게임을 살펴보았다. 그중에 'Undertale'이라는 작품을 가장 좋아한다. 와! 언더테일 아시는구나! 할때의 그 언더테일 맞다. 해당 게임을 제작한 개발자는 Foby Fox라는 예명을 사용하여 지하에서 생활하는 괴물들의 이야기를 섬세하게 표현해 냈고, 게임만이 가지는 차별점으로 플레이어와 주인공 캐릭터의 구분을 짓는 '메타픽션' 요소를 성공적으로 이식해 내어 순식간에 명작의 반열에 오른 게임이라 할 수 있다.

 

시간될 때 한 번 더 해보고싶다.

 

제작 이후의 인터뷰에서도 Foby Fox는 제작 툴로 도트와 노래를 직접 만들고, 기획과 개발을 하면서 지옥의 시간을 견뎌냈다는 표현을 할 정도로 노력의 시간이 상당했음을 알 수 있었다. 그 외에도 'Stardew Valley'라는 게임을 혼자서 만들어낸 Eric Barone 등. 수많은 시간을 들여 일구어낸 하나의 게임들을 보며, 그리고 이에 열광하는 게이머들을 보며 본인 또한 1인 개발의 환상이 있었음은 자명했다.

 

하지만 이번에 게임을 개발할 때 머릿속에 항상 명심하던 문구가 있다.

 

 

나는 Foby Fox가 아니다. 또한 Eric Barone도 아니다.

 

하나의 게임을 위해 개발을 오래할 자신도 없었고, 노래의 제작이나 그림을 그려낼 디자인 실력도 존재하지 않는다. 애매하게 시도할바엔 깔끔하게 차선책을 찾는 것이 나의 모토였기에 이를 계기로 가장 유사한 게임을 만들 수 있는 '1인 개발 게임'을 찾기에 이른다.

 

속칭 '항아리 게임'이라고 불리는 'Getting Over It with Bennett Foddy'는 쉽지만 불편한 조작감으로 플레이어에게 끝없는 고통을 선사하는 게임이다. 본인도 이런 장르의 게임을 즐겨하지는 않는 편이지만, 수많은 스트리머의 플레이로 많이 유명해진 장르의 게임이라고도 할 수 있다.

 

진짜 이런 게임 왜 하는거야

 

해당 게임의 디자인은 3D 풍의 2D 플랫폼 게임이고, 전반적인 플레이로만 보았을 때 이 정도 퀄리티의 게임은 혼자인 나도 만들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이것이 '내가 만들 수 있는 게임'의 시작점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이와 관련된 모든 게임들을 찾아보고, 또 전략과 그 게임성에 대해 탐구하기에 이른다.

 

기본 전략

 

1차적으로 판매를 위한 게임을 위해 사람들의 이목을 확실히 끌 수 있는 배급을 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홍보로 사용하는 이미지도 '이래도 안 사?'라는 느낌으로 가되 귀여운 방식으로 이목을 끄는 방식이다. 이를 대문짝만 한 오리 사진을 정면으로 앞세우고, 조명을 위에서 아래로 비쳐 위압감을 조성하되, 그 위압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방식이다. '이 사진이 여러 게임 사이에 끼워 있으며 주목을 받지 않을까?' 생각하며 구도를 잡았다.

 

이래도 안 사?

 

SWM 활동을 하며 끊임없이 경쟁사의 아이템과의 차별점을 두어야 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선 가격적인 부분은 국내 개발 게임 'ALTF4'의 전략을 따라했다. 가격은 낮게 측정하여 게임 그 자체도 자체이지만, 개발사에 대한 믿음과 그 이름을 알리는 것을 목표로 두었기 때문에 가격은 ALTF4와 동일한 2.99달러로 책정하였다.

 

그리고 최대한 낮은 개발비로 최대한의 효율을 뽑아내고자 하였기에, 프로젝트에 사용한 모든 그림은 SWM 프로젝트에서도 사용한 모델인 'DALL-E'라는 생성 AI를 이용하여 만들었다. 사진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입력하면 그에 걸맞은 사진 4장을 출력해 주는 AI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별별 사진들을 만들어 게임에 활용하였다.

 

그리고 '항아리 게임' 부류의 모든 게임들이 모두 게임에 사용한 노래들을 1~2개 정도만 반복하여 사용하는 것으로 파악했다. 이는 저작권 문제이기도 하고, 여러 노래를 사용하는 것이 게임성에 유의미한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 판단한 결과라 생각한다. 이러한 점을 도리어 뒤집어 '여러 노래를 듣는 것을 하나의 게임성이자 게임의 조미료 역할'을 해내는 게임을 만들게 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점을 토대로 약 2시간 분량의 상업적 사용이 가능한 노래들을 찾아냈고 내가 좋아하는 장르 중 하나인 '피아노 솔로'위주의 노래를 찾되, 저작권과 관련된 라이선스는 본인이 예전에 찾아본 적 있었던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가 적용된 노래(이하 CCL)들 위주로 찾기로 하였다.

 

진짜 이 라이센스 개꿀이다. 창작 활동할 때 찾아보면 정말 좋다.

 

저작자의 이름 표기 없이 완전히 무료로 사용이 가능한 'CCL0' 라이센스가라이선스가 가장 편하게 쓸 수 있었지만, 반대로 '저작자의 이름을 걸고 만든 노래라면 퀄리티가 더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다다르게 되었다. CCL0이 적용된 노래 자체도 적었던 것도 있었지만, 확실히 자신의 이름을 걸고 노래를 창작했을 때의 퀄리티가 전반적으로 더 높은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러한 이유로 완전 무료 라이선스가 아닌 '저작자의 이름 표기 시 무료 이용 가능' 라이선스인 CCL-BY 라이선스가 적용된 피아노 솔로 음악을 찾게 되었고, 가장 마음에 들었던 'Kevin MacLeod', 'Chris Zabriskie'의 노래들을 사용하기로 하였다.

 

 

불편한 게임을 만들기 위해 본인의 '불편했던 경험'을 상기할 필요도 있었다. 본인이 직접 도전해본 적은 없지만, 그때 당시 한 유명 유튜버가 VR Chat을 이용하여 도끼를 던지며 노는 영상을 보고 꽤나 재밌게 웃었던 경험이 떠올랐다. 그래서 '도끼를 던져 물체를 찍어 정상으로 올라가는 방식'이 꽤 재밌게 작동될 메커니즘일 것 같아 이를 기본 게임성으로 채용했다.

 

진짜 눈물나게 웃었다ㅠㅠㅠ

 

그리고 도끼는 영어로 Axe, 이와 관련된 게임 관련 유행어로 'Press(Hold) X to Pay Respect'라는 문구와의 유사성을 떠올렸다. 한때 이를 이용한 게임이 여러 조롱을 받은 바 있어 게임을 깊이 있게 해 본 게이머 또는 애청자라면 'X를 눌러 Joy를 표하십시오.'라는 문구를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이 'Press X'라는 문구를 살짝 비틀어 'Press Axe'라고 명명. 이는 도끼를 눌러 던진다는 의미하고도 잘 맞아떨어져 제목 또한 어렵지 않게 지을 수 있었다.

 

 

전략을 수립함에 있어 알고 있는 모든 정보들과 유행들을 끌어모아 사용했던 것 같다. 이러한 과정이 꽤나 유쾌하게 다가왔고, 실제로 유쾌한 장면이나 순간들 위주로 수립한 전략이기에 이것저것 생각하는 순간만큼은 전과 비교하여 정말 재밌게 했던 것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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