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게임 개발

그래서 이제 뭐함?

잠수돌침대 2023. 9. 3. 22:45

약 한 달간의 에세이를 거쳐 게임과 관련된 이야기를 한 바 있다. 그때까지만 해도 '게임 만들면서 일어났던 이야기를 풀어나가면 좋겠다'라는 생각뿐이었는데, 그 생각도 어느덧 2개월이 넘어가고 있기에 그 사이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재밌을 것 같아 나름 깔끔한 마무리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1. 게임 출시한 후에 지금까지 얼마나 벌었음?

 

스팀에서 처음으로 게임을 출시하면 첫 한 달 동안은 '신규 게임'이라는 콘텐츠에 리스트업 된다. 첫 빌드를 올리는 그 순간 상점 페이지가 활성화되면서 같이 노출 및 방문 수를 실시간으로 체크할 수 있는 사이트도 같이 생성된다. 지금은 첫 출시 버프를 다 써버려서 하루에 6~70 정도의 방문만 있지만, 예전에는 확실히 단위가 십만부터 시작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출시 첫 일주일동안에는 이것만 봤다

 

출시 당시가 디아블로 4와 스트리트 파이터 6 출시일과 겹쳤던 것도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을지는 모르겠다. 속으로 나름 '아 에이스 견제를 이렇게 당해버리네~' 하면서 출시일 인연을 풀어나갔던 것 같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글을 쓰는 기준 3개월의 시간이 흘렀고, 현재 약 150개의 카피가 팔린 상태이다. 첫 출시 할인 10퍼센트와 생각나서 하는 그냥 할인 등 이것저것 할인율을 제하고, Steam에서 떼가는 수수료 30 퍼센트를 또 제하면 궁극적으로 들어왔던 돈이 120달러 조금 넘겼던 것 같다.

 

정산에 대한 시스템도 잠깐 넘어갈 필요가 있는데, 각 월에 발생한 수익은 다음 달 말에 정산 지급이 된다. 이러한 시스템으로 인해 처음에는 매월 조금이라도 나에게 수익이 들어오는 구조인 줄 알았는데, 이것도 최근에 지급 보류 내용을 알게 되면서 알게 된 사실이 있다.

 

이게 무슨 말이야

 

바로 전월 수익이 100달러를 넘기지 못했다면 그 수익은 보류된다는 점이었다. 정확히는 100달러를 넘어가는 시점에서 내 이름으로 보류된 게임들의 정산을 해주겠다는 말인데, 이것도 Valve의 정산 시스템을 모른다면 의문이 생길만한 해프닝인 것 같아 적어본다. 나는 이제 또 부족한 80달러를 벌기 위해 양질의 업데이트와 홍보를 진행하여야 한다. 야호 너무 신난다.

 

2. 아무튼 요즘엔 바빴다구요.

 

원래의 계획대로라면 나는 Press Axe에 대한 양질의 업데이트를 8월 중순에 끝냈어야 했다. 하지만 모종의 이유로 모든 일정이 연기되거나 보류되는 일을 겪어야 했다. 솔직히 내가 만든 게임에 대해서 언제 업데이트를 진행해야 하는지도 감이 잘 잡히지 않는다.

 

그 이유인즉슨 지금까지의 생활을 토대로 판교 쪽 Unity 엔진을 다루는 회사에 합격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7월 초중순에 마침내 스택에 맞는 자격요건이 있어 쓱 넣었다가 붙어버린 케이스라 나도 어안이 벙벙하다. 아무튼 이러한 이유로 8월부터 해당 회사에 인턴으로서 출근하며 회사의 게임 제작과 문화에 익숙해지기 위해 하루하루 노력 중이다.

 

본가와 회사와의 거리도 상당하기 때문에 7월 중순에 합격 통보받고 으어어 하면서 모란역 쪽에 급하게 월세방을 알아보고 다녔던 것도 기억한다. 진짜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방을 알아본다-방을 계약한다-인터넷과 컴퓨터를 연결한다-부족한 물품을 산다-잔금과 전입신고를 한다-짜잔 이사 끝

 

과정을 거치면서 나도 모르게 '파주 토박이'라는 타이틀을 내던지게 되었다. 이게 뭐야... 나도 이렇게 강제 독립생활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아무튼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곳도 처음 게임과 관련된 글을 쓰기 시작한 장소와는 다르다. 성남 근처에서 나만의 원룸을 잡아 혼자 생활하면서 게임 회사를 다닐 줄 2개월 전의 내가 알았겠냐 말이다.

 

3. Press Axe가 준 몇 가지 기회

 

출시를 한 이후에도 재밌는 해프닝이 있었다. 처음 출시 버튼을 딱 누르고 나만의 상점 페이지가 생겼던 것이 6월 2일 오후 5시였던 것 같다. 그때 원래 최종 버그 픽스와 베타테스터 경험을 받고 8시 즈음에 출시하기로 했었는데, 그렇게 타임 테이블을 짜버리면 잠깐. 내가 헬스장을 못 가잖아?

 

이런 사소한 이유 하나로 3시간 앞당겨 출시 때리고 바로 기구 챙겨서 헬스장으로 갔었다. 갔다 오고 나서 바로 날아온 친구들의 DM. 나 또한 친구들의 연락을 읽어보며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었다.

 

??????

바로 우주하마가 출시한 지 3시간이 지난 내 게임을 찾고 라이브로 플레이를 하고 계신 것이었다. 솔직히 나도 많이 놀랐다. 내 개인적인 염원 중 하나가 'B급 게임만 골라서 하시는 유튜버 중 우주하마님 채널에 나오면 좋겠다.'라는 마음이 없지는 않았는데, 이게 출시된 지 3시간 만에 이루어질 줄은 생각도 못했다는 말이다.

 

구매 지표를 보니까 또 우주하마님이 내 게임을 전 세계에서 3번째로 산 사람인 것도 알았다. 출시하고 거의 바로 플레이해 주신 거라 나도 손발 덜덜 떨면서 라이브 방송을 봤던 것 같다. 예상대로 몇 가지 오류가 터지긴 했지만, 장르의 특성상 웃으면서 넘어가는 분위기였던 것 같았다. 그때 솔직히 혼자 울고 있었던 것은 개발자인 내가 아니었을까... 거기서 왜 버그가 터지는 거니...

 

4. 나도 몰랐던 그들만의 감성

 

유튜버가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으로 간접적인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나 또한 위의 플레이 영상을 보고 홍보가 많이 되었으려나~생각했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실질적으로 해당 플레이 영상을 보고 직접 구매를 진행한 사람은 10명 남짓이었고, 이것은 게임의 장르 특성상 하는 사람보다 보는 사람이 더 재밌는 게임인 것도 있을 것 같았다. 뭐 어느 정도 예상한 부분이지만, 생각보다 많은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아 속이 쓰렸던 것도 사실이니까!

 

하지만 의외로 다른 곳에서 수확이 있었다. 의외로 게임 전반적인 분위기나 감성이 나도 모르게 이웃나라 일본의 감성을 건드려버렸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구매 수치를 보고 제일 많이 놀랐던 것 같다. 한국에서 판매 수 70개는 친구가 사준 것들이 포함되어 있어 순수한 판매량으로 따지면 한국보다 일본의 판매고가 더 높았다는 것이었다. 나도 이런 현상이 왜 일어났는지는 자세히 모른다. 하지만 이것으로 확실히 알게 된 점은 하나 있다.

 

게임 출시는 무조건 글로벌 출시다...!

 

한국에서만 한정하여 게임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여러 국가에서도 내가 만든 게임을 즐길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제작을 했던 것이 어느 정도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Press Axe의 게임 특성이 또 텍스트가 많이 들어가지 않은 게임이기에 번역기를 돌려가면서 9개 국어가 지원이 되도록 했던 것이 일본의 반응 이유라고도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흑흑 제 게임 너무 귀엽네요

 

아무튼 이렇게 해서!

 

마지막까지 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끝이 났다. 게임을 직접 만들면서 겪었던 고충이나 이를 해결하는 과정. 사이사이 사용한 전략과 출시 일정 잡기. 그리고 직접 출시한 이후 어떠한 반응이 있었는지 이렇게 직접 적어보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니까 꽤나 재밌는 글쓰기가 되었던 것 같다.

 

여기에는 생각나면 이런저런 글을 계속 쓰겠지만 게임(특히 Press Axe)과 관련된 이야기는 대충 이 정도로 마무리할까 한다. 아직 이 게임에 대한 애정을 버리지 않았기 때문에 시간이 된다면 언젠가는 꼭 업데이트를 끝까지 진행해 볼 예정이다.

 

그럼 다시 한번 Press Axe 많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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