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글과 이어집니다.
https://songmin9813.tistory.com/78
이번 이야기를 쓰면서 게임 개발과 관련된 이야기도 이야기지만, 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이하 SWM)에 대한 회고도 같이 진행되었던 에세이인 것 같다. 어떤 게임과 어떤 서비스를 만들었는지가 아닌 사람과 초반 생각을 중심으로 작성하는 것은 또 처음이기 때문에 이전에 썼던 서비스 관련 시리즈물의 프리퀄 격 글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https://songmin9813.tistory.com/2
데이터 분석(AI) 트랙으로 SWM에 선발되긴 했으나, 사용자에게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는 사명감 아래 팀원을 모집하고 제작을 빨리 시작해야만 했다. 예비 기간을 제외한 약 6개월의 시간이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기에 해당 시간 동안 '훌륭한 서비스를 만들자'는 목표와 다르게 나는 '3명이서 재밌게 끝낼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자'라고 생각했던 것이 팀원 선발에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당시 300명이 넘는 연수생들과 100명이 넘는 멘토 중에서 각각 3인 1팀, 1팀당 3명의 멘토를 빨리 꾸려야 하는 입장이었기에 연수생들의 가치관/특성에 따라 많은 반응을 관찰할 수 있었다. 그때 본인은 4학년의 마지막 학기를 보내고 있었기에 본교인 충남보다는 SWM 센터인 서울에 상주하면서 그 반응을 정말 많이 관찰해 온 인물 중 한 명이 되지 않을까 싶다.
빠르게 작성된 포트폴리오만을 보고 팀을 꾸린 연수생들, 연수생보다는 멘토들을 섭외하기 위해 발품/DM을 보내는 연수생들. 그것보다 멘토들의 강의들을 들으면서 많은 사람들을 보려고 노력하는 연수생들. 각각 그들마다 그들만의 노력으로 팀을 꾸리려는 모습이 보였다는 것이 신기했다. 나는 그 사이에서 '같이 잘 놀 수 있는 팀원'을 찾는 것이 목표였기에, 기술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 보드게임 하나 들고 가서 연수생 아무나 붙잡고 여러 보드게임을 했던 것 같다.
아무리 자신을 꾸민다 하더라도 6개월이라는 시간 동안에는 서로 좋든 나쁘든 부딪히며 일을 해야 하는 사이가 되어야 하기에 편안한 관계를 빠르게 형성할 수 있는 팀원을 구할 필요가 있었다. 이것을 빠르게 도출해낼 수 있는 것이 바로 원초적인 재미를 선사해 주는 '놀이'에서 그 정답을 찾았던 것일 수도 있겠다.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행동으로 이목을 끌 수 있었고, 이러한 반응은 자연스럽게 내 생각과 가치관이 맞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는 결과로 이어지게 되었다. 사람을 이끌 수 있는 능력을 추후에 높게 인정받아 팀원 내에서 팀장의 자리를 맡게 되었고, 다른 연수생들과 멘토들의 시간과 일정을 조율하면서 개발과 PT를 준비했던 게 Soft Skill 측면에서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다.
팀원 모집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바로 다음으로 수행해야 할 과제. 바로 '어떤 서비스를 만들 것인가?'에 대한 생각이었다. SWM의 특성상 기술적인 내용은 필수적으로 들어가야 했고, FE/BE/AI 이렇게 3개의 트랙을 인원별로 분담하여 도맡아서 했던 게 가장 일반적인 형식이라고 들었다. 본인 역시 데이터 분석을 했었기에 AI 파트를 맡을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데이터 분석을 이용한 서비스를 만들되, 팀의 흥미를 이끌만한 주제가 마땅히 떠오르지 않았던 것이 첫 번째 걸림돌이었다.
팀 내부에서 가장 흥미롭게 보던 주제가 바로 '수면'과 관련된 내용이었는데, 당시 수면과 관련된 서비스는 소프트웨어적인 기술보다는 하드웨어적 기술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고 생각의 전환을 빠르게 진행했던것 같다.
사람을 재우는 것이 힘들다면 깨우는 서비스를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여기에 이전에 멘토링을 진행하며 들었던 내용이 떠올랐다.
사람은 심리적으로 누군가와 관계를 맺었을 때 동기부여가 강하게 일어난다.
이러한 생각과 본인의 '재미'에 관한 탐구가 맞물려 다음과 같은 생각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친구와 함께 미니 게임을 하며 일어날 수 있는 알람 앱을 만들어보자
기술적으로만 따져보면 실시간 소통 서비스 정도만 들어가지, 인공지능과 관련된 기능은 어찌보면 들어가지 않을 서비스였다. 하지만 이 생각에 다다르게 되었을 때쯤 이 서비스는 모든 팀원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팀원 중에 여러 가지 게임을 접해본 내가 바로 해당 서비스의 게임 기획 및 개발을 맡게 된다.
하지만 이전에 해보았던 'Unity를 이용한 게임 개발'이 메인 서비스가 아닌 알람 앱에 들어갈 콘텐츠였기에 프로그램이나 상용 엔진을 쓰는 것이 아닌 순수한 HTML/CSS/JavaScript 형식으로 게임을 제작해야 했던 것이 의도치 않게 발생한 허들이었다. 이렇게 우연아닌 우연으로, 그리고 기존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게임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이때는 이전의 '개인'이 아닌 '팀'이라는 사명감 아래에서 철저한 사전 조사와 인간의 심리, 그리고 재미에 대한 이론적인 접근을 처음으로 시도해 보았던 것 같다. 내가 왜 17년도에 게임 만들기에 실패했을까, 어떤 게임을 만들고 싶어 했을까, 애초에 어떤 게임을 만들 수 있었을까, 내가 만들 수 있는 게임과 내가 좋아하는 게임과 차이점은 있을까 등. '게임'이라는 콘텐츠를 하나의 '놀이'로 받아들이고, 이를 어떠한 관점에서 나만의 방식으로 해석해야 하는지 생각을 정말 많이 했던 것 같다.
내가 만들고 싶었던 게임에 대한 환상을 걷어내니 그 길이 더욱 명확하게 보이는 것 같았다. 내가 좋아하는 장르의 게임(협동, 전략)을 어떠한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재해석하는 방법을 배웠고, 이를 기반으로 하나의 장르에 다양한 관점을 보이는 여러 게임을 제작했다.
이러한 노력이 팀원들간의 시너지와 맞물려 결과적으로 5개의 미니게임을 6개월 동안 제작할 수 있었고, 이전과는 다른 생각과 리듬 파워 집중력으로 정말 재밌게 개발을 했던 것 같다. 이미 확실하게 정해둔 제약사항과 기획으로 빠른 시간 안에 협동형 미니 게임 여럿을 개발할 수 있었고, 재사용이 가능한 코드를 상정하고 짜놓았기에 이를 재사용하여 다른 게임 역시 빠르게 제작할 수 있었다.
솔직히 SWM 전반을 되돌아보면 Hard Skill 보다는 Soft Skill을 비약적으로 늘릴 수 있었던 6개월이었다. Hard Skill이라 봤자 JS로 게임 만들기 정도?
이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최종 발표까지 성공적으로 마무리 하고 졸업을 하게 되었다. 다시 데이터 분석을 하자니 새롭게 쌓은 게임 지식들이 나를 더 사로잡았던 것 같다. 서비스 출시도 경험해 봤기에 이번에는 뭔가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게임 개발을 다시 하게 되었다. 올해 상반기 안에 실행 가능한 게임을 출시한다는 마음가짐 하나로 '내가 만들 수 있는 게임'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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