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증과 관련하여 원론적인 이야기를 앞서 한 바 있다. 이와 관련된 게시글도 있으니 아래의 내용 읽은 뒤 보면 더욱 몰입이 될 것 같다.
https://songmin9813.tistory.com/57
이런저런 이야기를 멋지게 한 것 같았지만, 사실 정해진 시간 내에 7개의 자격증을 취득하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어떠한 고초를 겪었고, 어떠한 과정을 통해 현재의 내가 될 수 있었는지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이와 관련된 추가적인 이야기를 조금 해볼까 한다.
1. 첫 번째 시험장의 분위기
자격증과 관련된 이야기를 꺼내려면 처음으로 취득한 자격증이었던 정보처리산업기사 취득 당시의 분위기를 설명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때 나는 이등병 신분으로 하루 외출을 허락받아 필기시험을 보았고, 휴가 첫날에 집으로 들어가기 전 춘천에 있는 시험장에서 시험을 보고 집에 들어갔었다. 지금의 내가 그런 식으로 다시 보라고 하면 손사래를 칠 정도로 일정을 꽤나 타이트하게 잡았던 첫 번째 시험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의 나는 이등병의 빠릿빠릿한 정신을 가지고 있기도 했고, 항상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 그 어떤 자격증보다 체계적이고 열심히 공부를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나만 했던 것일까, 시험장에 들어서는 순간 군인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숨막히는 민간인들의 비주얼에 숨이 턱 막혔던 기억이 있다. 그래도 '그 춘천 어느 부대 어디에선가는 나와 같거나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군인이 있지 않을까..!' 라며 스스로를 다독이고, 군인을 만나면 어떤 눈빛을 주고받으며 내적 친밀감을 채워볼까 준비도 있었지만 이 또한 물거품이 되어 사르르 사라져 버렸다.
첫 시험 + 이등병 + 군복이 주는 압박감 + 첫 단추 등등 여러 요소들이 중첩되어 나의 어깨를 짓눌렀지만, 무사히 첫 시험을 마무리하였고 그렇게 또 한 번의 시도만에 자격증을 취득하였다. 그때의 중압감이 지금 생각해 보면 다소 무거웠지만 되려 그때의 중압감이 있었기에 오늘의 내가 힘든 일이 있어도 '이것보다 힘든 일도 버텨낸 나였다.'라고 위로하며 힘들었던 하루하루를 견뎌낼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2. 3D프린터운용기능사 실기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해당 자격증을 취득하지 못했다. 이것도 정확히 몇 년도였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내가 해당 시험을 볼 때 전국에서 내가 두 번째(아니면 세 번째)로 이 시험을 보는 신생 자격증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기술 자격증 필기 준비라 함은 기본적으로 과년도를 훑어보며 모르는 개념을 빠르게 익히고, 문제은행 방식으로 출제되는 것을 알고 있기에 어떠한 방식으로 문제가 나오는지 파악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하지만 이게 무슨 일. 해당 자격증에는 그런 것도 없었다. 자격증 자체가 신생 자격증이기도 했지만, 다른 자격증과 달리 주최하는 기관도 달라 문제를 공개하지 않았던 것도 기억한다. 무슨 저작권 어쩌고 하면서 문제 복기 형태로 개념을 익히고 필기시험을 봤다는 것 정도?
이런 상황에서도 필기 자체는 어려운 것이 없어 책 한 권 가지고도 무난하게 통과할 수 있을 만한 난이도였던 것 같다. 되려 문제는 실기 시험이었다. 제한된 시간 안에 도안을 그려내 3D 프린팅 작업을 걸어야 하고, 이후 사포질과 같은 후가공 과정을 통해 자신의 이름이 박혀있는 조형물을 제출해야 하는 것이 실기 시험의 내용이었다.
실기 시험을 준비하기에 앞서 도안을 작성하는 데에 컴퓨터의 도안 작성 프로그램이 필요하기 때문에 시험장 내부의 컴퓨터에 있는 프로그램을 사용하거나, 포맷된 자신의 노트북을 가져오는 두 가지의 선택지를 수험생을 고를 수 있다. 그때 나는 오토 캐드니 무슨무슨 웍스니 하는 프로그램의 주류/비주류 여부를 전혀 알지 못했고, 책에서 알려준 비주류 무료 도안 프로그램(이름도 기억 안 난다.)으로 처음 도안 작성을 시작했었기에 시험장 컴퓨터에는 깔려있을 리 만무. 나의 노트북을 눈물을 머금고 포맷하고 시험을 준비했던 적이 있다.
시험 프로세스에 대해서도 이런저런 말이 많았다. 프로세스 특성상 제한된 시간 안에 프로세스에 맞추어 제출만 한다면 거의 모든 수험생들이 합격을 할 수 있지만, 프로세스를 시간 내에 따라오지 못할 경우 다음 프로세스를 진행할 수 없어 낙제 처리가 될 수 있는 실기시험이라는 것이다. 그때 2시간 남짓하는 시간 안에 조그만 모형을 만드는 것은 솔직히 그렇게 어려워 보이지 않았고, 내가 지금껏 해오던 방식처럼 차근차근 기초부터 책을 따라 하며 나아간다면 충분히 딸 수 있을만한 난이도로 보였다.
기관에서 예시로 보여준 도안을 수십 번 반복하면서 스스로 '이런 부분이 나오면 이런 식으로 해야지', '이 부분은 이렇게 처리하는 게 빠르겠다.' 같은 전략을 짜고 시험을 볼 준비를 단단히 했던 것 같다. 하지만 막상 도안을 보니 웬걸. 최소한의 도안만 딱딱 그려져 있고, 세부 길이나 각도는 수험생이 그 자리에서 계산해야 하는 방식으로 시험이 진행되었다. 나는 당연히 이를 대비한 노트나 펜을 지참하지 않았고, 울며 겨자 먹기로 머리로 끙끙 암산해 가며 도안을 짰던 것으로 기억한다. 갑자기 찾아온 낯선 환경과 처음 계산이 틀린 이후 연속적으로 틀리는 계산에 멘붕이 온 나머지 도안 작성 시간 후반에는 자판기 두드리는 것을 멈추고 면접관을 지긋이 바라보며 웃기만 했던 것 같다.
이런 식으로 나는 실기 시험에 도안을 제출하지 못하고 낙제됨을 직감했다. 첫 번째 도안 제출을 하지 못하고 싱글벙글 웃으면서 나오려는데 이게 또 웬걸. 나처럼 밖으로 나가려는 수험생들이 우르르 일어나는 것이 아닌가. 그들도 나와 같이 도안을 미처 작성하지 못하고 낙제을 해버리고 만 것이다...! 이 순간 마음속으로 '몇 명 정도가 통과했을까?'라는 호기심이 들어 음멈머 최대한 굼뜨게 나갈 채비를 하며 끝까지 자리에 앉아있는 수험생을 세보았던 것 같다.
분명 시험장에 들어올 때는 2~30명 정도의 수험생이 눈에 불을 켜고 의지를 불태울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나가기 직전에 세보니 2명의 수험생만이 자리를 끝까지 지키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때 들었던 확신.
'아...! 이건 난이도 조절에 실패한 거구나...!'
싱글벙글 웃으면서 나갔던 나의 모습에 생기까지 돌아오며 돌아오는 길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메밀 국수를 곱배기로 먹고 들어간 기억이 있다. 그래도 필기를 보았으니 2년동안 실기를 볼 수 있는 권한이 생겨 내년에 오는 시험에는 꼭 붙고말리라 다짐을 하며 말이다...
학교에서도 교양 수업으로 일부러 3D 프린터 사용과 관련된 수업을 골라 들으며 실전 경험을 쌓았고, 이제는 내가 생각하는 것을 슥슥 그려낼 수 있는 정도까지 수준까지 만들어가면서 내 의지에 불을 지폈다.
그런데 의지만을 너무 불태웠던 것일까. 중간고사 일정을 따라잡느라 기능사 실기 원서 접수 기간을 놓쳐버렸고, 그렇게 필기 자격증 시험 면제는 만료되어 내가 해당 자격증 시험을 보는 일은 없었다고 전해진다.
자격증 시험을 보면 이렇게 일정을 관리하는 것도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자격증 공부 준비에 대해 공부만을 준비했지, 일정 조율이 필요하다는 것을 전혀 알지 못했다. 내 스스로도 잘하고 있다 생각하면서도 단순한 이유로 인해 시험 하나를 이렇게 날려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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