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격증 공부

내가 J여서 다행이야

잠수돌침대 2023. 8. 27. 19:49

자격증 공부를 시작한 2018년 때까지만 해도 MBTI라는 개념이 많이 펴졌던 시기는 아니었다. 당시의 나는 자격증 공부를 위해 정말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 일정을 잡았던 것으로 기억하기에, 조금의 계획이 틀어지는 것을 꺼리는 J의 성향을 타고나지 않았을까 하는 회고가 있다. 오늘은 혼자만의 싸움을 어떻게 견뎌왔고, 스스로의 목표 설정을 어떻게 해왔는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내가 이참에 기술 자격증 하나 따보고 싶다.'라는 독자가 있다면 더욱 도움이 될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1. "나 오늘부터 자격증 공부좀 해보려고"

 

나는 위의 말에 포함되어있는 일정 관리의 중요성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자격증. 이를 설명하기 위해 특히 기술 자격증의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알 필요가 있다.

 

자격증 시험에는 내가 원하는 날에 비교적 쉽게 잡을 수 있는 '상시 시험' 자격증과 년에 4번 시행하는 '정기 시험'이 존재한다. 상시 시험은 비교적 난이도가 쉬운 기능사/워드프로세서 등이 포진되어 있어 가벼운 마음으로 볼 수 있는 시험들 위주로 있던 것으로 기억하고, 그 이상의 자격증을 원한다면 바로 정기 시험의 일정을 확인해야 하는 것이 정석이다.

 

'기술 자격증'이라는 범위 내의 모든 자격증은 필기뿐만이 아닌 실기 시험도 포함되어 있어 시험을 총 두 번 준비해야 하는 단점이 있지만, 다른 공인 자격증(토익이나 한국사 자격증 정도로 기억한다.)과 다르게 자격증 갱신이 필요 없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간간히 '기술 자격증도 갱신이 필요하나요?'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어 이 기회를 빌어 이야기를 해본다.

 

다시 정기 시험으로 돌아와서, 총 4번의 정기 시험이기에 필기 원서 접수는 각 분기로 포진되어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내가 시험을 보았던 2019년 코로롱의 영향으로 미뤄지거나 앞당겨지는 예외도 있긴 하지만, 그런 특별한 상황이 아닌 이상 수험생들은 '큐넷'이라는 사이트에서 일정을 확인하며 자신만의 일정을 만들고 컨디션을 조절한다.

 

솔직히 이거 보면서 관리 가능?

 

여기서 1년에 두 번 이상의 시험을 보려는 수험생이라면 꼭 염두해야 할 사항이 있다. 당장 1회의 실기험일과 2회 필기 원서접수 일정을 보자. 1회의 실기 시험일보다 2회의 필기 원서 접수일이 더 이른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2회 필기 원서를 접수하는 시즌에는 수험생은 1회 실기 시험 준비하느라 하루하루 공부하며 살고 있을 것이다.

 

각각의 시험은 하나의 긴 직선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4개의 선으로 구분되어 자기들만의 직선을 가지고 있음을 꼭 명심했으면 좋겠다. 나도 이것을 간과하고 중간고사 때 공부만 하다 전에 놓쳤다고 했던 3D 프린터 시험을 놓쳤던 것으로 기억한다.

 

2. 그럼 이걸로 진짜 공부만 하면 되나요?

 

그랬다면 이 글을 쓰지도 않았다. 이건 나도 공부를 시작한 후 꽤 마지막에 알았던 사실인데, 우선 아래의 문장에서 오류를 찾아보자.

 

올해 3회 필기에서 전자계산기운용기사 필기 합격했으니까 바로 실기 준비 하고, 돌아오는 4회 시험에서 정보처리기사 자격증 원서 접수하는 것으로 올해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자!

 

위는 실제로 내가 설정했던 목표 중 하나였다. 3회 필기 합격할때만 하더라도 순조롭게 진행될 목표인 줄 알았는데, 이는 3회 실기 이후 4회 필기 원서 접수를 진행하며 목표의 오류를 알게 되었다. 이제 아래의 시험 일정을 보자. 아래의 사진은 큐넷에서 일부 찍어온 3회 일정과 4회 일정이다.

 

 

여기서 내가 놓친 항목은 가장 아래의 정보기술 계열. 4회에는 정보처리기사 자격증 시행을 안 한다는 것이다. 실제 사이트에서 확인해 보면 알겠지만, 시행하는 자격증이 엄청 많아서 이 작은 내용을 확인하기가 생각보다 어렵다. 본인은 이런 실수 때문에

 

1. 4회에 정보처리기사 자격증을 따려고 계획하여

2. 당년 기사 자격증 책을 구매해 사전 준비를 하였지만

3. 이제 올해 정보처리기사 자격증이 없다는 사실과

4. 내년(2020년)부터 정보처리기사 문제가 전편 개편되는 바람에

결론 : 그때 샀던 자격증 책은 종이 쪼가리가 되어 선반 어딘가에 새책으로 꽂혀있다.

 

와 같은 결론을 내게 되었다. 여기서 두 번째 결론. 자신이 따고자 하는 자격증이 자신이 보려고 하는 회차에 시행되는 시험인지도 확인해보자.

 

3. 그래도 기능사인데 기사보다는 쉽겠죠?

 

내가 기능사 자격증을 준비하면서 정말 많이 들었던 질문이다. 나도 처음에는 당연히 기능사가 비교적 쉬운 자격증인줄 알았다. 정보처리 쪽만 보더라도 확실히 '정보처리기사'보다 '정보처리산업기사'의 범위가 더 적었고, 이보다 '정보처리기능사'의 범위가 더 적었기에 가능한 이야기인 것 같았다. 하지만 이는 특정 분야에만 한정, 특히 정보처리 계열처럼 자격증이 확실히 구분되어 있는 시험에 대해서만 해당되는 이야기임을 알고 있었으면 좋겠다.

 

나는 최초 정보처리산업기사를 취득하고 '한 번에 자격증을 취득'했다는 쾌감과 근거 없는 자신감이 합쳐져 그때 별로 유명하지 않았던 '정보기기운용기능사'라는 자격증을 도전해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게 웬걸, 기능사 주제에 정보처리산업기사보다 어려운 난이도에 첫 번째로 당황했다. 그리고 실기 시험 또한 문제의 단답/코드를 간단히 적는 필답 형식이 아닌 가상으로 인터넷을 뚫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직접 아이피/회선/방식 등을 설정하는 프로그램형 시험이 내 발목을 다시 걸고넘어졌다.

 

당시 부대 안에서 산업기사를 취득한 이후 시행한 기능사 자격증이기에 간부들 사이에서도 쉬운 자격증이겠거니 이야기가 오고 갔었고, 행정반 인터넷에서 본 결과 점수지는 모두를 당황케 하기 충분했던 것 같다.

 

"성민아 오늘 실기 결과 나오는 날 아니니?"

 

"아... 그거..."

 

"... 8점... 나왔습니다."

 

"오~성민 축하한다 8점이면 합격 아니니? 10점 만점?"

 

"100점 만점입니다."

 

"앗."

 

"앗."

 

이게 이후에도 생각보다 내 발을 엄청나게 걸고넘어져서 정말 간단하게만 보려고 했던 해당 자격증에 3번이나 떨어지는 쾌거를 맛보았고, 진짜 눈물을 머금고 본 마지막 시험에 간신히 합격하면서 그 굴욕을 씻어낼 수 있었다. 지금은 뭐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지만 뼈 빠지게 공부하고 8점 나왔던 건... 하 진짜 생각만 해도 웃음밖에 안 나온다. 이러한 일이 일어날 수 있었던 궁극적인 이유는 물론 본인 공부 방법의 문제가 첫 번째겠지만, 그래도 이유를 객관적으로 평가 내릴 수도 있을 것 같다.

 

정보처리계열 자격증은 확실한 기능사-산업기사-기사 단계로 이루어져 있어 상대적인 난이도 조절이 가능하다. 하지만 내가 봤던 정보기기운용계열 자격증은 기능사 단일 자격증만이 존재했던 것. 그 이상의 자격증은 존재하지 않아 다른 기능사 자격증에 비해 난이도 꽤 높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있다.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말 세 번째이자 마지막. 자격증에 단계가 있다 하더라도 단일 자격증/상위 자격증이 존재하지 않다면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취미라면 모를까 전략적으로 따고 싶은 자격증이 있다면 참고해 볼 것!